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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19세기 파리

역사/19세기 2009. 6. 11. 10:11
지난 5월 초 주말에는 오랜 동네 친구들, 미국에서 온 친척, 독일인 부부를 각각 만나기 위해 서울에 갔다.  그리고 5월 말에는 서울에 소재한 고려대학에서 대학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밤에는 서울의 초등학교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5월의 서울 방문은 전체적으로 5건의 모임에 참여한 셈이다.  이중 2건은 미국에 살다 온 친구와 친척, 그리고 한 건은 오랜 친구들(미국에 살다온 친구의 만남은 동네 친구의 모임과 겹친다), 교수들과의 모임, 그리고 독일 부부와의 만남이었다. 이런 모임을 하게 되면, 나는 대개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것에 매우 마음이 설레면서 간다.  그런데 만나고 나면, 친한 것의 순서에 반해서 만족감이 온다.  즉 독일인 부부와 만나서는 선물도 교환하고, 얘기도 일본 대학생들, 한국에 정치와 외교 문제를 유럽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 그리고 헤어지면서 또 언제 어딘가에서 만나자고 기약없이 헤어진다.  그럼, 대개는 학회에서 일 이년에 한번은 보게되는 것 같다.

고려대에서의 발표에서는 서울과 지방에서 겪는 교수들의 일상적인 생활, 대화, 그리고 학문적 분위기에 대해 평가하였다.  솔직한 심정이다.  서울이라는 곳은 현재, 만나면 지나치게 정치화, 그리고 지대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경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객관적으로 사태를 분석하고, 즐기기 보다는 전투적인 자세로 현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나의 토론을 맡은 분도 동감을 표한다. 자기가 지방에 가서 같이 차를 동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동료 교수들의 주제가 개를 기르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고 한다. 거의 한시간 이상을 서로 즐겁게 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약간은 놀랐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교수들이 만나면, 국가와 정책, 누가 힘이 있고, 누구를 통해야 잘되고, 그런 얘기나 아니면, 집값과 같은 주제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나 역시 그런점을 지적하려고 하였다.

미국에서 온 친구와 친척도 오랜 만에 만난 사람들이다.  그래 나는 그사람들로 부터 최근의 미국 얘기를 듣고 싶었으나, 전혀 듣지못하고, 한국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이중국적 또는 한국의 시민권을 회복하는 문제에 대해 공통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있었다. 나는 미국에 80년대에 살면서 미국에 사는 한국분들이 가능하면 미국 사회에서 열심히 살고, 힘을 모으고 협력하여 미국에서 당당한 한 몫을 하는 모습을 보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에 계신 한국계 분들이 지나치게 고국 격정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지는 않았다.  독일에 1년 가 있을 때에도, 한국을 그리워 하는 것 까지는 괜찮지만, 독일의 정치, 사회, 문화에 당당하게 적응하기 보다는 고국의 문제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에 답답해한 적이 있다.  독일의 일본인들은 국제 교류퍼레이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일본 문화의 밤도 있으나, 한국은 당시 오스나부룩과 광명시가 자매결연 도시였으나, 사실상 교류가 중단된 상태였고, 교민들도 적극적으로 독일 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었다.

오랜 친구를 늦게 만나 맥주와 치킨을 즐겼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60년대에 만났으므로, 지금 만나면 사실 그때 잘 몰랐고, 이제서야 새로 사귀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같이 살던 동네가 있으니, 그런 얘기하고, 세월이 변한 것, 각자 살아온 것을 말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서로 현재의 상태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나고 나서도 무엇인가 깨림직하다.

19세기 프랑스 파리 사회를 묘사한 작품 중에 발자크의 인간희곡이 있다. 여기에 보면, 파리 사람들의 생활을 묘사한다.  돈에 물들고, 생산적인 일보다는 정치와 권력에 기대어 돈을 버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래도 당시의 모습은 수전노 같은 삶을 묘사한 것이지만, 현재 서울의 삶은 수전노가 아닌 착취자, 흡혈귀, 기생자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앞으로 서울과 지방의 삶은 어떤 형태로 개념화할 수 있을지모르지만, 내적 식민지, 아니면 생산자와 기생자, 지대추구자와 생산자 등의 개념이 나올 것 같다. 사회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학문의 혁신은 지방에서 가능할 것 같다.  서울은 학문 외적으로 에너지를 쓸 것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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