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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은 사람이 나쁜 말인가?

교양 2009. 3. 19. 14:01
며칠전에 동료 교수님들과 같이 모인 자리에서 디오게네스가 개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말하면서, 이는 실은 코스모폴리탄,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을 언급한 일이 있다.  그냥 재미로 한말이었는데, 곧 이어서 비슷한 시기의 중국에서 춘추전국시대에 양자라는 사람이 사람과 개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말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  양자는 개가 사람을 알아보지않는다고 투덜대는 사람에서, 사람이 바뀌었으니, 알아보지 않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개도 모습이 바뀌면 사람이 알아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므로, 디오게네스와 양자가 꼭 같은 맥락에서 얘기했다고 볼수는 없으나, 아무튼 사람들은 예전에 사람과 개를 가까이 살면서 서로간에 비교를 많이 했다는 점을 알수 있다.

디오게네스는 사람들을 불신하여 시니시즘을 원류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주로 말을 통해 사람들의 편견을 깨닫게 하려고 시도한 사람이다.  시니는 개라는 뜻을 갖고있다.  그럴정도로 개와 사람의 비교를 매우 중요한 사유방식의 하나로 삼은 사람이라고 볼수 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니며, 진실된 (또는 제대로 된) 사람을 찾으려고 한 모양이다.

전에 학교 동료교수님이 번역하신 개의 문화사에 대한 서양의 역사를 기록한 책에서는 주로 사냥개를 통한 귀족층이 자신들의 위상을 어떻게 제고시켰는가를 분석한 책으로 기억한다.  유럽에서는 귀족만이 사냥할 권리를 가졌고, 이때 사냥개를 데리고 다녔으므로 이런 분석이 나왔을 것 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내가 2002-3년에 독일 오스나부룩에 머물렀을 때에 관찰한 바에 따르면, 독일인들이 기르는개는 우리가 애완용을 기르는 것과는 달리 사냥개 스타일을 많이 기르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도 서양의 전통에서 해석한 개를 기르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즉 귀족의 상징이었던 개를 이제는 일반사람들도 기를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다.

2003년에 우연한 이웃에서 개를 낳았다고 맡겨서 애완용 개를 기르게 되었는데, 실은 전에는 애완용 개를 기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주로 인간적인 접촉이 미숙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개보다는 사람을 더돌보는 것이 좋지, 돈있는 사람들의 사치라고 생각하였다.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애완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과연 사람도 사랑할 수있을까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기르려고 보니, 난감하였다.  내가 과연 개와 어떻게 한집에서 같이 자고 먹고, 얘기하며 지낼 수있을까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도움말을 해주기를 그냥 사람들에게 말하는 식으로 말을 하면서 지내라고하였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정신병자도 아닌데 사람이 아닌 개에게 사람을 대하듯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과연 개가 내 말을 알아들을까에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지내놓고 보니, 개와 사람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서로 이해하면 지낼 수 있다는 점을 많이 깨닫고 있다. 또 오줌 가리는 것, 밥을 주는 것, 바깥에 산책나가는 것, 아픈 것, 배고픈 것,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잘해주는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마치 어린 아이를 기르는 것 같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말을 정확하게 알듣지는 못해도, 말의 결을 알아듣는지, 자신에 대해 기분 나쁜 얘기를 하면 곧 숨어버리려고 한다.  또 누구에게 잘못해서 혼 날것 같으면,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가서 안길려고 한다(보호받으려고 한다).  어찌 보면 사람보다도 더 정답게 의사소통이 되는 것 같다.  사람은 여러가지 위선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지능이 낮고 힘이 약한 개는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때로는 자신의 불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도 하여 아무튼 의사소통을 비교적 순진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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