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의 소리

시사 2008. 12. 26. 12:24

지난 화요일 12월 23일 모처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장사익의 소리를 들었다.
나이 59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라서 음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오르지 않으면 오르지 않는데로, 젖어들게하는 목소리다.

나중에 들으니, 장사익씨가 2월 25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의 축하공연에 등장한 모양이다.  동서양의 화합을 위하여 동양의 음을 들려주려 등장한 것으로 신문에서는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무엇인가 우리가 아는 소리와는 거리가 먼 느낌으로 토로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장사익을 소리가 끝난 후에 관객들과 같이 어울리며 막걸리를 드는 사람, 서민들의 애환을 가득 담은 그의 텁텁한 소리, 그리고 나에게는 동료 교수님이 애초에 나에게 장사익을 소개하면서 그의 웃은죄를 들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난 허허바다 음반을 하나 사서 들어보고 장사익의 소리에 빠진 사람이다.  웃은 죄의 가사는 "즈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한모금 달라기에 샘물떠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안뜬대두, 난모르오, 웃은 죄밖에"로 되어 있다.  아무튼 이웃에게 그냥지내듯이 지내는 사람에게 평양성에 대해서는 아무얘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하면서, 이념적 억압을 지적하고 있는 가사이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이념대결로 몰고가면서 경제위기를 넘어가려는 상황에서 장사익의 감정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세상살이가 너무 고달프다고 답할 것이다.  거짓과 사기, 진심이 사라져버린 세상을 탓할 수 밖에 없다고 답할 것 같다.

공연은 죽음, 삶, 희망의 3부로 되어 있다.  역시 죽음이 가장 강렬한 느낌을 주고, 희망은 가벼운 느낌을 준다.  희망을 얘기하기에는 너무너 세상이 가벼워지고, 진심이 없어서 일 것이다.  그 정도에서 끝낸 것이 맞는 것 같다.  죽음에서는 아버지에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이 생각났다.  차가운 땅에 뭍어두고 나서는 심정, 뜨거운 화로에 넣고 단 한시간만에 한줌의 재로 변한 어머님의 육신이 생각났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장사익의 가사는 아버지가 찾아오는 것을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 놓는 감정으로 표현한 것 같다.  죽음에 대해 얘기살 수 있는 자는 이미 세상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타악기와 현악기, 그리고 재즈 피아노, 트럼펫이 어울려 울림의 공감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처음에는 재즈, 그리고 조금후에 야니의 퓨젼스타일이 떠올랐다.   소리꾼에게는 소리로 말하는 것이 감명을 주는 것 같다.  그의 말은 적은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