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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교양 2010. 7. 31. 19:35

경남정보사회 연구소의 한마을 한책읽기에서 선정한 책 중에 하나가,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2007, 문학세계)였다.  이책을 받아든 순간, 만화책을 그것도 세권짜리 순정만화, 이런 것을 한마을 한책읽기의 선정도서로 정하다니, 그러면서도 왜 이런 책을 선정했는지 궁굼했다.  오늘 마침 더위를 식힐 책을 실피다가, 이책이 눈에 띠었다.  더우니, 그저 만화책같이 쉽게 읽을 책을 정한 것이다.  세권이다.  제목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아내를 먼저 보낸 늙은 사내가 혼자된 할머니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할 수 없어 그대로 바꾼어서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순정을 그린 것이다.  무대는 서울의 옥수동 산동네, 주인공은 그래도 잘 사나, 우유배달을 하는 혼자된 할아버지,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꼬장 꼬장한 할아버지이다.  첫장면은 나이들 사람이 죽으면, 호상이라고 하는 상갓집의 장면에서 이에 호통치는 어른의 모습으로 나오고, 이날의 상갓집은 결국,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이웃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같은 자살한 부부노인의 상갓집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이 장면은 몇년전에 미국에서 혼자 할머니의  병간호 수발을 들던 할아버지가, 자신이 곧 죽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내를 혼자 두고 죽을 수 없어 죽인 사건이 생각나게 한다.  결국 이 할아버지도 몇달후에 죽었지만, 사회적으로는 아내를 살인한 할아버지를 처벌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인 적이 있다.  이 만화와 다른 점은 이 때에도 미국에서 자식이 나타났지만, 전혀 죄의식을 별로 없이 다만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너무도 사랑하였으므로, 선처해 달라는 정도가 기사화된 일이 있다. 이 만화는 죽어가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손을 떼어 놓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또한 자식들에게 사고로 죽은 것으로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집에서 경남대에 다닌 길에도 아침에 한 노부부가 손을 잡고 댓거리 번개시장에 가는 모습을 거이 매일 보게된다.  내가 이야기를 어느 신문인가에 소개하면서, 나도 그렇게 늙으면 좋겠다고 느낌을 적었더니, 처가 그런 것은 쓰지 말라고 한다.  늙는 것이 슬픈 모양이다.

그러나 어쩌랴, 늙는 것은, 아니 나이드는 것은 어쩔수 없는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인 것을!  요즘 경남발전 연구원을 맡아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커다란 조직체의 장의 한 일도 없다.  전국적인 상황을 보니, 대개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과 친한 지식인들 중의  한사람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비교적 잘 운영되는 곳은 연구원장이 자신만만한 곳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의 홍철원장님이 그런 분이라고 주위에서 전한다.  이분은 공무원들에게 절대로 연구원에 부당한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전한다.  이런 자신감은 내적으로는 연구원들의 연구 결과와 조직운영의 자신감, 그리고 자신이 이제 나이도 들었는데, 무슨 용심이 있겠는가하면서 사심이 없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나도 경남대의 김정대 교수가 행행공무사의 교훈의 말씀을 당부한 것을 기억한다.   그런것 같기도 하다. 나이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욕심이 적을 것이라고.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들은 사람에게서 관용이나, 지혜, 어른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세태에 이 만화는 어른의 모습을 순정하게 보여준 점에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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