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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었다.

교양 2010. 4. 28. 10:55
지난 주는 학생들이 중간고사도 끝나고 하여, 배정된 상담학생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학년별로 나뉘어서 장소와 요일을 정하고, 각자의 휴대폰으로 통지하였다.   2,3학년의 만남에는 8명의 연락한 학생중 3명이 나왔고, 4학년은 8명중 5명이 나왔고, 1학년은 15명중 0명이 나왔다.  물론 이중에는 사전에 못나온다고 연락한 학생도 있었고, 당일 현장에서 연락을 하니, 여러 이유가 있어서 참석이 어렵다는 말도 들었다.

여기에서 나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나오지 않은 학생들 만나지 않은 것인가?  연락을 받지 못해 나오지 못한 학생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므로, 연락을 받고도, 집에 가는 버스를 타는 시간과 맞지 않아서, 그리고 아파서 못나온다는 답이 있었고, 나머지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면담이 있는지는 알았지만, 참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에, 알고는 있지만, 참석치 않은 학생들은 나를 만나지 않은 것인가?   나는 아마도 어떤 충격이라고까지 표현하기 어려워도, 압력이나 눈치를 주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면담이라는 것은 형식이 어떻든 학생들이 지금 어떻게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는지, 앞으로 취업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학교에서 제시한 학생정보란에 이력서를 기입해 놓으면 여러가지로 유리할 것이라는 등의 말을 주고 받고 해야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대개 참석학생들은 분명하게 미래 직업을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현재 어떤 상태라는 것을 말하게 된다.  분명하게 정해서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큰 틀만 정해놓고 모색하는 학생도 있었고, 그저 자신의 적성이 어디로 가는 것 같아서, 아주 큰 방향의 적성에 맞는 활동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튼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것을 전제로 아니면, 만나는 현장에서 자신의 적성, 준비상태, 미래취업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나는 만나지 않은 학생을 생각하면서 수학에서의 공집합을 떠올렸다.  우리들의 만남이 공집합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만남의 집합에 포함시켤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만남의 집합은 항상 상호간에 심각한 만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만남, 형식적인 만남, 불발로 되어버린 만남도 포함된다.  오랜 친구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한 사람에 대한 것, 아니면 만날뻔하다 만나지 못한 사람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나는 만남의 집합에는 만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것도 포함시킬수 있다는 논리를 공집합의 요소에 공집합이 항상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는다.  육체적인 현존은 없었지만, 상호간의 영향은 주고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참조:John H. Conway와 Richard K. Guy, 1996/2003, 수의 바이블 The Book of Numbers (한승)의 10장에 폴란드의 수학자가 숫자를 세면서 0부터 세는 장면이 나온다.  없는 것에서부터 있는 것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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