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에 덧쓰워진 시장

시사/중국 2009. 8. 9. 16:51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사회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관계를 중국말로 꽌시라고 한다.  현재 중국에 투자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동업하려는 업체의 사회적인 관계를 알아야 한다.  즉 그 기업의 소유주는 누구인가, 중국 정부인가, 아니면 지방정부인가, 순수한 민간인가?  중앙정부라면, 국영기업 시절 유지하고 있던 수직적인 기업 관계가 지금도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기업은 새로운 관계를 맺어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영기업 시절에 유지하고 있던 기업에서 부품을 구입하고, 과거에 유지하던 기업에 다시 이를 판매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새로운 부품 조달처를 구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판매처를 구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다.  더구나 다른 기업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새로운 사업 관계를 맺는 것은 더욱 힘든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전통적인 중화학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을 지니고 있고 이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진출할 때에는 대부분 중국에 부품을 수출하여 그곳에서 조립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중국 측은 중국내에서 부품을 공급받으라고 하면, 중국에 한국에서 유지하고 있던 협력 기업들과 동반진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국내의 협력업체 이상으로 사업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업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업체들이 협력업체를 유지하는 것은 중국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시절에 유지하던 관계를 관성적으로 유지하는 차원의 것이고, 한국의 하청업체 유지방식은 상당한 경쟁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중국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기술개발이나,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나, 한국의 업체들은 시장상황에 (특히 수출시장의 경우에는 국제적인 경쟁에 시달려야 하므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필자는 이런 면에서 중국과 한국이 사회관계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중국이 한국의 굴뚝 산업 분야에서 격차를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반면에 경공업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도 경공업 소비재 산업이나 전자산업과 같은 신규 산업은 과거의 굴레가 크지 않으므로, 새로운 기업들간의 관계가 맺어지므로, 상대적으로 시장의 상황에 더욱 민감하고, 경쟁력을 더 중시여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 기업은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므로, 기술개발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기술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분야가 바로 소비재 분야이다.  물론 단순기술이므로 그렇다고라고 볼수 도 있지만, 중국의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은 우리나라가 주의깊게 보아야 하는 분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 상대적으로 기술과 숙련에 의존해서 발전해야 하는 분야가 늘어 남에 따라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술개발과 숙련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기술개발은 장기적 투자가 가능한 사회적 여건과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사회적으로 유연성, 협력, 민주화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이 반드시 낙관적이지는 않다.  공장내 숙련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장기적인 근속을 유도하는 고용체제가 미흡하고, 공장내 숙련 형성을 위한 직무훈련이 부족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공장내 사회관계를 통한 숙련의 이전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경계하는 흐름이 나오고 있다.  공장의 경영자들은 숙련자들의 숙련을 매뉴얼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작업 현장에서는 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공장이나, 사회가 안정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지니지 못한다면 기술개발과 숙련형성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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