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혼이 사라지다

역사/1920-29 2010. 3. 1. 12:02

산업합리화의 물결은 한편으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그리고 문화산업을 만들어냈지만, 공장내의 상황은 오히려 탈숙련화, 그리고 지배체제의 관료화로 말미암아 노동자의 자율권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또한 1910년대의 노동운동의 물결은 사라지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호황과 민주적 정치체제의 등장으로 개인적인 취업기회와 상승이동(화이트 칼라가 될 기회)가 증대함으로써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신들의 주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주체성의 상실은 공장내의 자율성과 숙련의 상실과 더불어 대외적으로 노동자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사라지고, 사회적인 문화에 휠쓸리는 결과는 낳게 된다. 이는 노동자 스스로도 자신들의 저치를 개선하기 보다는 물질소비적인 문화에 휩쓸리면서 노동자들의 단결도 저해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1차세계대전 이후의 공산주의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경제적 공항과 공산주의와 파시즘을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남동 유럽지역의 이민에 대해 더욱 심화되었고, 아울러 대내외적으로 고립주의와 보호주의적인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는 한편으로는 일반평등한 선거권에 기초한 정부수립에 의해 새로운 신분상승을 노리는 각국의 노동자들에 의해서도 추동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적인 경향이 더욱 강화되면서, 제국주의세력들은 서로간에 경쟁을 심화시키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노동자의 희생을 발판으로 한 자본가와 사회민주주의자의 협조와 거대한 양의 미국 달러의 유입으로, 위기에 빠져 있던 유럽 자본주의는 간신히 재기하기 시작했다"(포스터, 1956: 73).

대부분의 나라들이 대중의 인기를 배경으로 노동자의 조합을 국가의 하부기구로 활용하는 데 반하여, 미국과 영국은 시장의 원칙과 국가의 경찰기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에는 회사조합이 극성을 부리고, 영국에서는 법률상 조합에 대해 정치활동을 금지시키는 법률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고용주가 자금을 대서 직접 조직하고, 간부직을 차지하는 어용조합은 1886년에 미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 졌다...1927년에는 그것이 900개로 증가하였고, 약 100만 명의 노동자를 가입시켰다. 이들 어용조합은 교묘한 반조합기구의 일부로 대규모의 스파이체제, 회사의 깡패와 밀정, 직장과 산업도시에서의 회사의 테러리즘을 갖추고 있었다"(포스터, 1956: 88).

영국은 1926년의 총파업을 계기로 고용주들은 반노동조합적인 법안을 만들기 시작한다. 1927년에 통과된 이 법안의 내용은 우리에게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들이다. "총파업과 동정파업은 엄격히 금지되었고, 비합법적 파업을 지도하거나 거기에 가담한 자는 벌금이나 2년이상의 금고형에 처해졌다. 대중 피켓팅은 금지되었고, 보통의 피켓팅도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손해에 관한 민사소송의 지불의무를 부담하기 위해 조합기금이 조성되었다. 공공시설의 조합은 TUC (노동조합회의) 혹은 노동당에 가입할 수 없게 되었다. 조합은 파업파괴에 대한 처벌권을 박탈당했다. 조합이 노동당을 위해서 자금을 모집할 권리도 엄격하게 제한당했다"(포스터, 1956: 102).

물론 같은 시기에 러시아에서도 조합은 국가가 이미 노동자의 수중으로 들어갔다는 논리에 따라 노동조합을 국가의 하부기구로 전환시켜 놓게 된다. 아무튼 세계적으로 보면 1920년대는 노동조합의 숫자가 줄어들고, 노동조합의 단결력이 본격적으로 약화되는 시기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산업체가 이제 1920년대 들어서 발생하기 시작하고, 극동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러시아 혁명의 영향을 늦게 그리고 약하게 받기는 하였지만, 오히려 서구 제국주의세력들의 공세가 강하지 않아으므로, 노동자 운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로 기록되고 있다.


참고 문헌
William Z. Foster, 1956/1987, 세계노동운동사 II (백산 서당)
Jürgen Kocha, 1980, White Collar Workers in America 1890-1940: A Social-political History in International Perspective (London: Sage Publications)
John Kelly, 1988, Trade Unions and Socialist Politics (London: Ver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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